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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은 인간의 애정이 필요하다.

by firtree 2023. 9. 13.

 

설악산은 어떤 산인가.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만발하고, 여름이면 신록의 푸르름 사이로 거대한 바위 봉우리들이 고개를 내민다. 가을이면 노랗고 빨갛게 물든 단풍으로 온 산이 이글이글 불타오르며, 겨울이면 흰 눈에 산 전체가 설국으로 변한다. 

계절마다 옷을 바꿔가며 색다른 경치를 보여줘 천의 얼굴을 가진 산이라 불리는 곳이다. 

남한에서 한라산과 지리산 다음으로 높은 설악산은 산세가 험준하고 웅장하기로 금강산에 버금가는 남한 제일의 명산이다. 실제로 금강산에 다녀온 사람들은 설악산의 비경이 결코 금강산에 뒤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설악산은 강원도 인제, 고성, 양양, 속초 등 4개의 시와 군에 걸쳐 있다.

정상인 대청봉을 중심으로 계곡과 능선이 방사상으로 뻗어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설악산은 미시령~황철봉~저항력~마등령~공룡능선~대청봉~한계령~점봉산에 이르는 설악 산맥을 경계로 백담사와 십이선녀탕이 있는 서쪽의 내설악과 신흥사, 울산바위, 비선대가 있는 동쪽의 외설악, 그리고 오색약수와 주전골이 있는 남설악으로 구분된다.





왜 설악산인가.

 

 


설악산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눈과 바위의 산이다. 설악산의 주봉인 대청봉에는 1년 가운데 다섯 달은 눈이 쌓여 있고, 산 전체에 마치 석공으로부터 조각된 바위들처럼 위세 당당한 바위들이 여기저기 뽐내며 자리하고 있다. 

설악산은 불교계에서는 설산, 설봉산으로 불렸다고 하며, 동국여지승람에는 "한가위부터 내리기 시작해 쌓인 눈이 하지에 이르러 비로소 녹아 설악이라 한다"는 기록이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설악은 지금의 외설악이고, 내설악은 따라 한계선이라 불렀다. 

삼국사기에 설화산이라는 명칭과 함께 "신라에서는 설악산을 영산이라 하여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설악이라는 명칭은 신라 시대부터 사용되었던 듯하다. 

 또한, 증보문헌비고에서는 "산마루에 오래도록 눈이 덮이고 바위가 눈같이 희다고 하여 설악이라 이름 지었다"는 내용을 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예부터 설악산은 눈과 관련이 있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설악산의 기묘한 바위들.

 

 


설악산에 들어서면 수천 가지 형상의 바위가 만들어낸 웅장한 광경에 놀라게 된다. 골짜기를 가르며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첨봉과 기묘한 암석이 능선을 따라 이어지고, 깎아지른 듯한 수천 길 낭떠러지 절벽이 병풍처럼 드리워져 있다. 그 위로 거대한 암석군과 돌탑이 끝없이 이어지며, 골짜기마다 암반 위를 타고 흐르는 크고 작은 폭포가 줄지어 나타난다. 그리고 계곡 바닥이 오랜 세월 자갈에 갈려 만들어진 소와 담이 옹기종기 계곡을 조각하고 있다. 

이렇게 수많은 바위들이 어디서 온 것일까? 설악산의 지질은 선캄브리아대의 화강암질 편마암으로 이루어진 대청봉 부근과 백담사 남쪽의 육성층인 설악산 층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중생대 백악기에 관입한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최초의 관입은 백담사 계곡을 따라 소규모로 관입한 각섬석화강암이었다. 이후 관입한 설악산 화강암은 가장 넓게 분포하며 설악의 대부분을 완성했고, 흑운모 화강암은 소청 능선과 대청 능선을 타고 내설악의 서쪽을 이루었다. 뒤이어 홍색 화강암이 관입하여 마등령에서 미시령으로 이어지는 구간인 설악산 북쪽이 만들어졌다. 

이어 풍화에 약한 속초 화강암이 동해안 부근에 관입했으며, 울산 화강암이 관입하여 울산바위를 만든 것을 끝으로 설악산 구석구석의 얌체들이 오늘날과 같은 모양을 갖추게 되었다. 인제 족의 내설악은 대체로 백악기 초기에 형성된 화강암류로 이루어진 데 반해 속초 쪽의 외설악은 말기에 관입한 화강암류로 구성되어 있다. 내설악의 바위들이 먼저 형성되고, 그다음에 외설악의 바위들이 형성되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다. 

백담사 남쪽의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는 역암, 사암, 셰일 등 소규모 자색의 육성 퇴적층은 과거 이 일대가 호수였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중생대 백악기 경상누층군의 일부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무엇보다도 설악산 화강암이 이 백악기에 등장했다는 것을 더욱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기암괴석을 만들어 낸 차별 침식.

 

 


지하 깊은 곳의 화강암은 지표를 덮고 있던 물질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비바람에 깎여나가면 막대한 무게에서 벗어나 부피가 급격히 팽창한다, 이때 암석의 표면에 수평 또는 수직의 균열과 절리가 발생한다. 이 절리를 따라 다양한 형태의 침식 작용과 풍화 작용이 오랜 세월 지상과 지하에서 동시에 진행되는데, 그 과정에서 암석은 각양각색의 형태로 깎여나간다. 설악산의 암석들이 저마다 개성을 뽐내는 데는 이런 비밀이 숨어 있다.

절리는 대체로 판상과 수직 및 수평으로 직교하는 격자 형태이다. 설악산 전 지역에 나타나는 기암절벽과 뾰족한 바위 봉우리들은 수직절리가 탁월하게 발달한 것으로 내설악과 외설악의 기준이 되는 공룡은 서 너희 외설악 천불동계곡의 전화래, 내설악 용아장성을 등이 그 대표 격이다. 반면 수평 절리가 발달한 화강암 지역에서는 암석 표면에서 양파가 벗겨지는 듯한 박리 작용이 진행되는데, 내설악의 봉정암과 울산바위 주변의 둥근 바윗덩어리들이 이에 해당한다. 



한편 설악산에 온 사람들은 누구나 흔들어본다는 흔들바위는 땅속에서 격자 정리를 따라 침투한 수분이 모서리 부분을 집중적으로 풍화시켜 둥글어진 토르가 지표에 나타난 것이다. 절리의 규모가 커서 이러한 토르가 큰 격자를 이루는 경우에는 돌탑이나 성곽처럼 생긴 거대한 암둔을 형성하는데, 이는 공룡능선과 권금성 등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강원대학교 과학교육학부 이문원 교수(화성암석학)는 설악산을 이루는 백악기 화강암은 비교적 지각의 얕은 곳으로 관입한 화강암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화강암이 침식되기 시작한 것은 울산 화강암이 마지막으로 관입한 직후인 약 7,000만년 전부터이며, 설악산 곳곳의 다양한 암석들이 만들어진 데에는 널리 작용과 화강암질에 따른 차별침식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즉 관입한 화강암이 지표로 드러나는 과정에서 암질의 성분과 구조에 따라 널리 작용이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설악산은 주 얌체인 화강암에 여러 형태의 절리가 만들어지고, 이후 절리면 따라 다양한 원인에 의한 풍화와 침식이 일어나 온갖 바위가 멋진 암산으로 태어난 것이다. 




내설악과 외설악.

설악산은 마등령에서 공룡능선을 거쳐 대청봉에 이르는 설악 산맥을 기준으로 서쪽은 내설악, 동쪽은 외설악으로 구분된다. 내설악은 백담계곡, 수렴동 계고 그 백운동 계고 그 가야동계곡 등이 부드러운 능선으로 이어져 여성적인 우아함을 간직하고 있다. 이에 반해 외설악은 깊은 협곡인 천불동계곡을 끼고 양쪽으로 솟아오른 첨봉들이 남성적인 장쾌함을 과시하고 있다. 내설악과 외설악은 지형뿐만 아니라 기후에서도 현저한 차이를 드러낸다. 외설악 지역인 속초의 연 평균 기온이 12.2℃, 내설악 지역인 인제는 9.9℃이다. 해안에 위치한 속초가 온난한 해수의 영향으로 겨울철 기온이 거의 영상에 머무는 해양성기후를 보이는 데 반해, 내륙에 위치한 인제는 겨울철에는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대륙성기후를 보이는 것이다. 

강수량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설악산의 연 평균 강수량은 약 1,100mm인데, 동해안 쪽인 외설악에는 눈과 비가 300 mm 이상 더 많이 내린다. 이는 동해에서 수증기를 머금은 습한 대기가 북동 기류를 따라 내륙 쪽으로 이동하다가 백두대간에 부딪혀 상승하면서 푄현상을 일으켜 광대한 운무를 펼쳐내기 때문이다.

이렇게 뚜렷이 대조되는 자연조건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과 문화에도 큰 차이를 불러왔다. 크게 보자면 외설악은 해양 문화, 내설악은 산악문화의 성격이 강하다. 바다를 접하고 있는 외설악 지역은 본래의 해양 문화에 한국전쟁 때 월남한 실향민들이 들여온 북한 문화가 더해졌고, 내설악 지역은 산악 지역답게 아직도 불교와 토속신앙의 전통이 부분적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통신과 교통시설이 발달하고, 무엇보다도 이 지역이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점차 지역색이 사라져가고 있다. 현재 내설악과 외설악은 속초와 인제를 연결하는 미시령(46번 국도)과 양양과 인제를 연결하는 한계령(44번 국도)으로 이어져 있다.

 

 

 

설악산 보호하기.


설악산은 우리나라에서 지리산, 북한산 다음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산이다. 설악산국립공원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연간 약 300만명이 설악산을 방문하는데, 그 가운데 15%인 45만명 정도가 정상에 오른다고 한다. 설악산은 험준한 지형과 깊은 계곡이 많아 과거에는 인간의 발길이 적었으나 30여년 전부터 관광 인구가 급증하면서 점차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미시령, 마등령, 공룡능선, 대청봉, 한계령에 이르는 백두대간 코스는 훼손 정도가 다른 곳에 비해 훨씬 심각하다. 

등산로 곳곳에는 토 가사 유실되어 앙상한 뿌리를 드러낸 나무들과 등산객들이 버린 각종 쓰레기가 눈에 띈다. 30년 전만 해도 설악산에서 뛰놀던 반달곰, 산양 등이 밀렵꾼들의 손에 의해 사라지고 있다. 또한 설악산에 자생하는 귀한 식물인 금강초롱이 등산객과 도벌꾼에 의해 마구 뽑히고 있으며, 에델바이스라 불리는 솜다리는 불법으로 채취되어 관광상품으로 팔리고 있다. 게다가 '살아서 천 년 죽어서 천 년'이라는 수령 300~400년의 주목 군락들도 소리 없이 잘려 나가고 있다.

설악산은 생태적 가치가 높아 1982년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선정되었다.

고산 지역의 생태계는 특히 민감하기 때문에 일단 훼손되면 복원이 어렵다. 관리공단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휴식년제를 도입하여 복원을 꾀하는 등 여러모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산악생태 전문가들은 고산 지역만 등산객 입산 예약제를 도입하여 등산객 수를 제한하고, 자연 탐방로를 설치하여 정상 등반 위주의 이용 실태를 바꾸는 방법 등을 해결책으로 내놓았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자연을 아끼고 산을 사랑하는 마음일 것이다. 산은 인간의 애정으로 생명력을 얻는다.